치앙마이에는 가성비 호텔 및 리조트가 꽤 많은 편. 판비만 스파 리조트 Panviman Spa Resort 도 그중 하나다. 처음 반나절까지는 좀 별로인가 했는데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까지 마치니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생겨버렸다. 물론 개인 취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고, 세상의 모든 가성비 숙소처럼 장단이 확실하다. 하지만 취할 것만 취하면 가격에 비해 분명 괜찮은 숙소라는 것이 나의 결론!
매림 가는 길, 이게 치앙마이 사는 낙인가
판비만은 치앙마이 북서쪽에 위치한 매림(Maerim) 지역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호젓한 교외 풍경이 아름다워서 도착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시내를 나서자 펼쳐진 반듯한 땅에 한적한 풀더미에 잠시 넋을 잃었다 깨어보니, 폭포가 쏟아져 내리고, 다시 울창한 구불구불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시내도 충분히 아름답고 좋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달리자 펼쳐지는 또 다른 그림에 이게 치앙마이 사는 낙인가 싶더라. 교통수단은 어차피 요금 네고를 해야 한다고 들어서 그랩이 아니라 볼트를 이용했다. 반캉왓 빌리지 인근인 집에서 판비만을 목적지로 설정하니 앱 상에서는 350밧이 찍혔지만, 이내 지대가 높고 멀어서 추가 요금이 필요하다는 흥정 메시지가 도착했다. 소문을 듣고 700밧까지 각오했는데, 착한 기사님이 400밧을 불러서 바로 오케이. 여자분이 조용히 조심히 운전해 주셔서 감사했다. 시내로 돌아갈 때도 연락드려도 되냐고 물어보고 라인을 추가했다. 올 때는 600밧을 불렀고, 빈차로 들어오시니 흥정하지 않고 드렸다. 운임은 기사님의 요청으로 볼트 호출을 취소하고 현금으로 지불했다. 다른 투숙객에 여쭤봤더니 올 때 800밧, 나갈 때는 1000밧을 불렀다고 하시고, 외국인은 보통 그 금액에 오는 듯하다. 우리는 운이 좋아 많이 싸게 온 매우 특이한 케이스인 듯하니 비용은 좀 더 여유롭게 잡는 것이 좋겠다.
요청한 시간에 맞춰 기사님이 입구에 대기해 주셨고, 호텔 들어오는 길에 보이는 전망 좋은 카페들이 궁금했는데 원하면 근처 경치 좋은 카페에 내려줄 테니 1시간 정도 다녀오라고 먼저 얘기해 주셨다. 기사님이 추천해 주신 WTF COFFEE CAMP라는 곳에 들렀는데, 카페 정면을 가로지르며 흘러내리는 폭포와 푸릇푸릇한 언덕이 그림 같았다. 입구에서 80밧(1인)을 내면 티켓을 주는데, 음료를 주문할 때 그 금액만큼 빼고 계산하면 된다. 아이스라테 2잔에 기사님 타이티 1잔까지 총 370밧이어서 3명분 입장료 240밧을 제한 130밧을 추가로 결제했다. 좀 비싸긴 하지만 시내 하이엔드 커피와 비슷한 수준이라 경치값이라고 치면 이해가 되는 수준. 곳곳에 설치된 타프와 캠핑의자에 앉아 경치를 감상하거나, 음료를 픽업하는 실내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쉬어도 좋다. 실내는 벤치만 있는 작은 매장이지만 보통 사람들이 음료만 받아 나가기 때문에 마구 붐비진 않는다. 참 어린이는 무료입장. 따로 나이를 묻거나 여권을 보여달라고 하지 않는 걸 보니 어려 보이면 되는 듯. 따봉!
판비만 리조트에 가야 하는 이유, 레스토랑과 수영장
매우! 아주!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판비만의 가장 큰 장점은 레스토랑이다. 치앙마이에서 꼭 가봐야 할 인생 맛집까진 아니지만, 수영하고 씻고 나와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디저트를 즐기는 시간이 그저 행복했다. 파노라마 뷰 레스토랑 치고 금액도 합리적이었다. 식당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10시까지, 식사는 200밧에서 300밧 사이 음료는 100밧에서 150밧 사이였다. 우리는 시그니처 메뉴인 치킨 패션프룻 소스와 얌운센, 스티키 라이스 하나 그리고 같이 간 꼬마를 위한 새우볶음밥(카우팟 꿍)을 주문했다. 어른 2, 아이 1가 먹기에 넉넉한 양에 꽤 맛있어서 싹싹 닦아 먹었다. 자차가 있으면 한 번씩 와서 기분전환 겸 밥만 먹고 가도 좋을 것 같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프런트 데스크 정면의 발코니 좌석에서 어둑해진 산을 바라보며 바나나 셰이크 한잔, 수박주스 한잔 더하니 맥주 한잔이 부럽지 않았다. 특히 촌스러운 맛과 아재 디자인의 바나나셰이크가 나는 어찌나 귀엽던지. 저녁 메뉴 3개 + 치즈피자 + 수박주스 2잔 + 아이스라테 + 바나나 셰이크 3잔 + 생수 모두 합쳐 총 1980밧을 추가로 계산했다. 빈 몸으로 가서 1박 2일 신나게 먹고 마셨으니 나쁘지 않은 가성비.
아침식사도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데 화려하진 않아도 필요한 메뉴는 다 있고, 맛도 정갈하다. 조식 시간은 오전 7시부터 10시 30분까지. 내가 갔던 날은 용과(dragon fruit)/파인애플/구아바 등 과일류, 이산 소시지/기본 소시지/콘지/쌀국수/닭볶음/딤섬 등 요리류, 오믈렛/스크램플 에그/계란 프라이/포치드 에그/삶은 계란 등 계란 요리, 크루아상/토스트/ 팬케이크 등 베이커리와 요구르트, 시리얼, 주스, 따뜻한 커피와 티 등이 구비되어 있어 충분했다. 아이스커피는 안 되는 줄 모르고 부탁드렸더니 고맙게도 얼음 컵에 약식으로 제조해 주셔서 시원하게 마실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두 번째 장점은 역시 수영장이다. 깊은 산속 계단식으로 자리 잡은 풍경이 소문대로 아름다웠다. 누군가는 이것이 발리 스타일이라던데 가보지 않아 모르겠다. 이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9월 중순인 지금 시내 콘도도 이미 추워지기 시작했으니 산중이라 물이 더 차게 느껴졌다. 하지만 미니 풀 크기의 37도 자쿠지가 있어서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면 아직 견딜만하다. 하지만 추위로 한 달 이내에 관상용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출출해서 피자와 수박주스, 아이스라테도 시켜 먹었다. 소문만큼 대단한 맛은 아니었고, 엄마표 피자 스타일. 판비만에서는 태국 음식을 먹는 것을 조심스레 권해본다. 주스는 달고 좋았지만 커피는 쏘쏘였다. 튜브를 사용할 수 있고, 직원에게 부탁하면 바에서 기계를 꺼내 바람도 넣어준다. 구명조끼도 구비되어 있어 가져다 입으면 된다. 풀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오면 정자 같은 곳에 야외 헬스장도 준비되어 있는데, 기구가 많지 않고 더울 것 같았다.
마지막 장점은 친절한 스태프분들! 물론 궁합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어서 조심스럽지만 나는 매우 잘 지내다 왔다. 특히 레스토랑 매니저 님이 저녁부터 다음 날 조식 때까지 노련하고 다정하게 대해주셔서 인상 깊었다. 예약을 하지 않아서 전망에서 먼 자리에 앉아야 했는데, 예약한 분들이 실내에서 드시겠다고 하자 우리가 앉고 싶어 했던 걸 기억하시고 혹시 바꿔줄까 미리 제안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창가 쪽에 꼭 앉고 싶다면 체크인할 때 미리 예약해 두면 좋을 것 같다. 야외 좌석이라 창가라긴 뭐 하지만 전망 옆에서 식사할 수 있다. 물론 오픈 공간이라서 좀 멀찍이 앉아도 충분히 아름답긴 하다. 체크아웃하고 레스토랑의 실내에서 커피를 주문해 먹었는데, 실내 좌석도 전망이 좋고 에어컨이 있어 시원하고 쾌적해 좋았다.
가장 저렴한 객실만은 피하라!
나는 사실 객실이 참 불만이었다. 처음에 별로였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매우 개인적인 기준 때문인데, 나는 습기와 벌레를 유독 많이 싫어해서 자연친화적인 숙소라면 사실 어디라도 긴장한다. 인테리어와 가구에 나무를 많이 사용하고 노후화가 되어 날벌레가 많아 불편했다. 가장 낮은 단계의 룸타입을 선택한 것도 실수였다. 아고다에서 밸리 디럭스(Valley Deluxe, 네이처뷰, 트윈베드, 3인 조식 포함) 상품을 예약했는데, 총 결제 금액은 6% 할인 쿠폰을 사용해서 1박에 119,983원이었고, 현장에서 아동 요금 270밧을 현장에서 결제했다.
아고다 판비만 치앙마이 스파 리조트 가격, 위치, 객실타입 확인하기
1층 같은 2층에 전망이 없고 나무에 가려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둡고 눅눅한 편이었다. 소파와 테이블이 있는 발코니가 딸려 있지만 1박만 해서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미리 고층 배정(High Floor)을 요청하거나, 마운틴 뷰(Mountain View)를 선택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체크인은 오후 3시부터, 2시 넘어 도착했는데 다행히 입실할 수 있었다. 혹시 레이트 체크아웃이 가능한지 물어봤는데 다음날이 주말인 데다가 만실이라 비용을 내도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체크아웃은 12시!
청소 상태는 나빠 보이지 않았지만 산중이라 그런 건지 꼬마 바선생 한 마리가 변기 옆에 쓰러져 있었다. 트윈 베드지만 분리가 되지 않는 형태라 거의 붙어있다. 침대는 편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았고, 침구는 깨끗한 편이다. 람부탄과 사과로 구성된 웰컴 과일 꾸러미가 있고, 물은 3인이라 3병 준비되어 있었다. TV는 골동품 SONY로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래된 똑딱이 방문으로 열쇠고리 격인 나무 팻말을 꽂으면 전기가 들어온다. 샤워가운 두 벌, 우산 두 개, 조리와 실내화 각 두 켤레, 라탄백 등이 준비되어 있어 수영장에 오가기 좋았다. 화장실에 욕조와 샤워부스가 마련되어 있고, 샴푸-컨디셔너-바디 샤워가 다회 용기에 담겨 있다. 수건, 치약과 칫솔, 비누, 헤어캡, 빗, 드라이기까지 구비되어 있어 개인 화장품과 폼클렌징만 준비해 가도 될 듯. 단점 속의 숨은 장점은 필터를 꽂아보진 않았지만 스파리조트라서인지 물이 좋은 것 같았다. 하루 지내고 나니 눈에 띄게 맨질맨질해진 느낌이라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디럭스 밸리 룸은 로비에서 가까운 편이다. 하지만 지대 대부분이 경사를 이용해지어 졌기 때문에 웬만하면 버기카를 이용해 이동하는 것이 좋다. 호출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온다. 한 번은 걷고 싶어서 로비에서 걸어 올라갔는데, 공작새가 있어서 깜놀. 새장 옆에 키즈룸과 작은 농장도 있다. 지금은 더워서 이용하기 힘들지만, 가을 겨울 시즌엔 새 구경, 풀구경, 비싸서 못 들어가는 풀빌라 입구 구경하며 산책하는 것도 좋겠다. 올라가다 보니 하루 350밧에 오토바이 대여도 해준다는 팻말도 발견. 바이크 운전이 가능하다면 머무는 기간 렌트해서 주변의 멋진 식당이나 카페를 둘러봐도 재밌을 것 같다. 1층 프런트 데스크 맞은편 깊숙이 기념품 샵이 있지만 그다지 살만한 건 없다. 시험 삼아 찻잎이 들어간 아이마스크를 개당 80밧에 구매해 봤다. 나쁘진 않지만 매번 데우기 번거로워서 맥리듬이 최고구나 결론!
총평 + 재방문하게 된다면...
재방문 의사가 있다. 하지만 최소 마운틴 뷰 이상의 룸타입을 선택할 것. 침구나 청소 상태는 사실 사람 바이 사람이라 치더라도 좀 더 높은 층에 바깥 풍경이 뚫려있다면 느낌이 확 달라질 것 같다. 최근에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닫혀 있던 글램핑 존인 스타돔 STAR DOME 예약도 시작한 듯한데 궁금하다. 물론 높은 객실을 예약하면 항동의 베란다 하이 리조트 치앙마이 엠갤러리와 숙박비와 비슷해져서 또 고민이 되겠지만 어쨌든 적당한 요금에 타이밍이 맞다면 다시 투숙하고 싶다.
판비만 스파 리조트 스타돔 STARDOME 공식 홈페이지 확인하기
간식을 좋아하면 볼트를 부르기 전에 숙소에서 미리 장을 좀 봐두자. 깊은 산 속이므로 주변에 가게가 전혀 없다. 사실 우리는 아무것도 사 가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았고, 스낵바도 비싸긴 하지만 사악하진 않았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물이 좋은 것 같고 욕조도 있으니 다음엔 바스 솔트나 바스볼을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으슬으슬한 가을 겨울에 딱일 듯. 마사지는 2023년 스페셜 프로모션 기준, 아로마틱(Aromatic) 75분 2,400밧에서 시작해서 전신 및 허벌 (Head to Toe & Herbal Healer) 130분 기준 3,200밧까지다. 보통 75분에서 150분 사이에서 2400-3000밧 사이다. 그 정도면 시내의 고급 스파가 낫지 않을까라 하면서도, 한편으로 숙소 안에서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가성비라 리조트에 처박혀 이것저것 하면서 편하게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총평하면, 기대 없이 방문하면 좋은 곳. 풀, 나무 구경하고 수영하고 하루 이틀 나를 가두고 가성비 숙소에서 푹 쉬자 하면 매우 행복한 스테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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