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 누워 지내다 좀이 쑤시면 원데이클래스를 해보자. 도자기 공방 슬로핸즈 스튜디오(Slow Hands Studio)는 두 달간 머물었던 왓우몽 인근의 히든스페이스 바로 옆 골목이라 알고는 있던 곳, 하지만 요가클래스 가기 벅차서 기회는 닿지 않았었다. 최근 만들기에 진심인 꼬마 손님이 우리 집에 머물면서 10회권을 끊었고, 자연스럽게 따라다니며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왓우몽 골목 한 구석, 어느 멋진 날
공방은 치앙마이에서 버블티 맛있다고 소문난 나카마 카페(Nakama Cafe) 바로 오른쪽 호젓한 골목 안에 숨어 있다. 간판이 크지 않아 지나치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넓게 묶어 왓우몽-반캉왓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 번에 세 시간은 머물러야 해서 그날 일정은 도자기 수업 + 인근에서 밥과 커피 정도로 마무리하면 된다. 단, 기운이 남으면 지척에 위치한 왓우몽 선셋 산책을 더하면 치앙마이 여행 하루코스로 완벽할 듯.
도예클래스를 마치고 나카마 카페에서 토핑이 든든히 든 버블티로 끼니를 때워도 좋고, 길 건너 반캉왓 방향으로 1분 정도 걸어가면 역시 유명한 카페 페이퍼 스푼이 나오는데 그 이웃에 위치한 식당 킨디미숙(Kindeemeesuk, กินดีมีสุข เชียงใหม่)에서 밥을 먹고, 바로 붙어 있는 카페 센세이션 커피 로스터스(Sensation Coffee Roasters)에서 커피에 디저트까지 먹으면 딱이다. 나카마 카페 옆의 제과점 임미피나Immee Peena도 Nutth의 추천으로 먹게 되었는데 치즈 스틱이 엄청 고소하게 맛있다. 최근에 들렀는데 치즈스틱은 다음 달까지 품절되었을 정도, 대신 참깨 스틱을 먹으면 된다.
킨디미숙은 솜땀 등 샐러드 류와 삼겹살 구이, 치킨 등 구이류, 국 등 가정식 이산 음식점이고, 센세이션 커피는 로스터리를 겸하는 호주식 커피 전문점이다. 나는 커피맛을 잘 모르지만 만족스러웠고, Hidden Space의 호스트 Nutth이 에어비앤비에서 운영하는 현지 카페투어에도 소개하는 곳이라며 데려가 줬던 곳이다. 굳이 찾아갈 곳은 아니지만 두 곳 모두 맛 좋고, 깔끔하고, 편안해서 슬로핸즈가 아니라도 인근 코스를 여행한다면 들러서 식사와 커피를 해보길. 특히 조용히 혼자 여행 중이라면 두 곳 다 오래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라 더욱 추천한다.
밑줄 쫙! 수업 방식, 가격 및 운영 시간
물레(Wheel Throwing), 핸드빌딩(Hand-building), 스컬프팅(Figuring Sculptin) 세 가지 타입의 수업이 있는데, 물레 수업은 말 그대로 물레(wheel) 돌리는 테크닉을 사용해 도자기를 만드는 수업이고, 핸드빌딩은 흙을 면뽑듯 굴려 코일처럼 만들어 쌓아 모양을 만드는 코일링(Coiling), 공처럼 만든 흙의 가운데를 눌러 모양을 만들어 가는 핀칭(Pinching), 흙을 종이처럼 평평하게 만들어 모양을 만드는 슬랩 빌딩(Slab Building)의 기법을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스컬프팅은 피규어처럼 간단히 작은 도자기 소품을 만드는 수업이다. 유약을 바르는 글레이징(Glazing)도 해볼 수 있지만 원데이클래스만 참여하는 경우 열심히 만들기만 해도 시간이 훌쩍 가기 때문에 글레이징까지는 무리다. 하루 이상 등록하는 경우 두 번째 수업에서 해보거나 귀국 날짜가 급해 추가로 수업을 들을 수 없을 때는 사정을 말씀드리면 임의로 유약을 발라 구워주신다. 핸드빌딩, 스컬프팅은 1회 수업 시 각각 950밧이고, 물레는 1200밧이다. 핸드빌딩, 물레 수업은 다회 예약 시 조금씩 할인률이 높아지는데, 핸드빌딩 10회는 9200밧, 물레는 10회 예약 시 총 11000밧이다. 하지만 선생님이 상주하시는 게 아니라 스케줄 조절이 필요하므로 다회권을 끊을 계획이라면 선생님과 미리 충분히 일정을 상의해야 한다.
우리 집 어린이가 선택한 수업은 핸드빌딩이다. 먼저, 선생님과 어떤 아이템을 만들지 의논해 정한다. 대부분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지만 모양에 따라 가마 안에서 깨지거나 금이 갈 수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시간 내에 완성이 가능한지 미리 체크해 주신다. 흙과 도구는 모두 제공되고, 시범을 보여주시기도 하고, 내가 만들고 있는 것을 직접 고쳐주시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꼬마에게 핸드빌딩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은 영어가 유창하진 않으시지만, 충분히 소통이 가능하다. 말수가 많으신 분은 아니지만 말보다는 실습이고, 스스로 작업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불편할 일은 없다. 참고로, 물레 수업은 스튜디오 사장님이 직접 하시는데 영어가 매우 유창하시다.
핸드빌딩 수업에서 핀칭을 할지, 코일링을 할지, 슬랩빌딩을 할지는 만들고 싶어 하는 모양에 따라 정해지는 듯했다. 꼬마는 첫 수업에서 가볍게 코일링 방식으로 컵을 만들었고, 다음슬로핸즈
수업부터 지금까지는 계속 핀칭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슬랩 빌딩 방식으로 만들고 싶다면 디자인을 들고 선생님과 상의해 보자. 어쨌든 원하는 모양이나 방식이 있다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모두 수용해 주시니 일단 무얼 만들고 싶은지 정해서 수업에 가면 좋을 듯하다. 사이트에 수업 시간이 명시되어 있진 않지만 기본 3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시간이 다 되었다고 쫓아내는 분위기는 절대 아니지만, 아래 운영 시간 내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
슬로핸즈 스튜디오 운영 시간
화-금 : 오전 10시 - 오후 4시 / 토, 일 : 오전 11시 - 오후 4시 / 월요일 휴무
꼬마는 하루에 한 작품씩 글레이징 없이 완성했고, 가마는 공방 사정에 따라 일정이 유동적이라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보통 일주일 정도, 혹은 그 이상도 걸릴 수 있다. 우리는 장기 체류라 급하게 부탁드리진 않았다. 하지만 여행인 경우 귀국 전에 픽업할 수 있을지 미리 물어보는 것이 좋다. 굽는 기간을 고려해서, 최대한 여행 초반에 수업을 하고 픽업까지는 넉넉히 여유를 두는 것을 추천한다.
물레 선생님과 잠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 수업에 대해 물어봤는데, 물레(Wheel Throwing) 수업 시 손바닥 크기 정도의 접시 등은 하루 만에 완성할 수 있지만, 사이즈에 따라 원데이클래스로 부족할 수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물레는 어느 정도 방법을 숙지하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그런 듯. 시간이 많지 않다면 핸드빌딩 수업을 추천한다.
예약 전 확인하세요!
슬로핸즈는 워크인 수강 신청을 받지 않는다. 예정된 수업이 없을 때는 문을 아예 닫는 경우가 많고, 있더라도 수업을 할 수는 없으니 꼭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만약 예약 변경을 원하면 최소 4-5일 전에 알려줘야 하고 노쇼 시 책임지지 않는다. 클래스라고 하지만 활기찬 액티비티를 떠올리면 안 된다.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개인 작업에 집중하는 작업실 같은 분위기. 도예가 워낙 섬세한 작업이기도 하고, 내가 만나본 두 선생님 모두 차분하고 조용한 스타일이라 목소리를 높이거나 웃고 떠드는 분위기가 아니므로 텐션은 꼭 집에 두고 온다. 우리 집 꼬마는 평소엔 재잘재잘 정신없는 서타일인데 만들기만 하면 심취해서 움직이지 않는 아주 특이한 스타일. 그래서 보통 어린이가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오랜 시간 앉아 작업하면 좌절할 수 있다. 만약, 성향이 맞지 않을 것 같으면 반캉왓 빌리지 내의 어린이 전용 도예 클래스나 체험 수업을 선택하면 텐션 있게 수업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참, 프렌치 불독 엄마를 둬서 비슷하게 생긴 뚱뚱이 5살 강아지 자매도 기거하고 있으니 혹시 강아지를 무서워한다면 알고 간다. 하지만 아주 착하고 순둥이들이다.
슬로핸즈 홈페이지 위치, 수업 소개 및 예약 방법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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