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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매일 걸어도 좋은 곳, 치앙마이 왓우몽 Wat Umong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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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초행이라면 여행 분위기 물씬 나는 님만해민에 머무르는 것이 좋다. 하지만 길게 떠나온 여행이라면 반캉왓 지역에 머물러도 나쁘지 않다. 내가 말하는 반캉왓 지역은 넓게 잡으면 치대 후문부터, 좁게 잡으면 왓우몽부터 반캉왓 빌리지까지 이르는 지역이다. 떠들썩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아디락 피자, No. 39, 반캉왓 빌리지 등 소곤소곤 맛집이며 볼거리가 숨어 있고, 매일매일 왓우몽을 산책하는 고요한 재미가 있다. 

 

치앙마이 반캉왓 인근에 위치한 왓 우몽 사원 날씨 좋은 날 풍경

 

 

화려하진 않아도, 고요한 왓우몽 풍경

여행을 가도 게으른 집순이라 치앙마이 모든 사원을 가보진 못했다. 남들 일주일이면 마스터하는 코스를 한 달 걸려도 모자라는 스타일. 하지만 왓우몽은 숙소 앞이라 매일 걸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가진 곳, 언제 가도 따뜻한 곳이라 숙소 인근에 이런 곳 하나만 있어도 여행이 꽉 차는구나 생각했었다.  왓우몽은 1297년 란나 왕조의 킹 망그레이에 의해 지어졌으니 700살이 넘은 오래된 사원이다. 15 에이커 정도라고 하니 60,000제곱미터, 들어서면 와 넓다 하는 느낌은 아니지만 올라가고 내려가고 깊이 들어가다 보면 그 규모를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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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캉왓 지역 전체가 산간의 정글 같은 느낌이 있어서인지 번쩍번쩍 화려한 올드타운의 사원들과 비교해 볼 때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살린 듯한 인상을 받았다.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장면은 태평하게 누워지는 개님들, 사람 의식하지 않고 저렇게 편하게 지내는 걸 보니 이곳 개들은 최소한 괴롭힘은 받지 않는구나 안도했다. 

 

 

치앙마이 반캉왓 근처 왓우몽 사원에서 느긋하게 낮잠자는 강아지
왓우몽 상팔자 강아지

 

 

 

치앙마이 반캉왓 근처 왓우몽 사원에서 느긋하게 낮잠자는 강아지
왓우몽 상팔자 강아지

 

 

왓우몽의 아이콘, 쩨디와 동굴 사원

왓우몽은 고대 동굴 사원으로도 유명하다. 왓 우몽 Wat Umong라는 이름 자체가 '터널 사원'이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또 다른 아이콘인 종 모양의 쩨디(Chedi, 탑)가 있고, 동굴 사원은 그 지하에 있다. 갈래갈래 터널처럼 이어진 끝에 불상이 있는데, 불교 신자가 아니라 잠시 둘러볼 뿐이지만 기도하는 신자들을 너머에서 바라보고 조심조심 한 바퀴 걷기만 해도 왠지 겸손해진다. 동굴 사원을 둘러보고 계단을 올라 탑 주위를 몇 번 돌고 나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한결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치앙마이 반캉왓 근처 왓우몽 사원의 지하 동굴 사원
터널 처럼 이어진 왓우몽 동굴 사원

 

치앙마이 반캉왓 근처 왓우몽 사원의 쩨디 Chedi 를 향해 올라가는 계단
왓우몽 쩨디를 향해 올라가는 계단

 

 

치앙마이 반캉왓 근처 왓우몽 사원의 탑, 쩨디 Chedi
왓우몽 쩨디 The Chedi of Wat Umong

 

치앙마이 반캉왓 빌리지 근처의 왓우몽 사원 동굴 사원의 지붕
지하에 동굴 사원 있어요 하는 듯 얹혀 있는 귀여운 지붕들

 

왓우몽 호수 물멍 최대 난관, 비둘기 떼를 통과하라

왓우몽은 얼핏 보면 매우 작아 보이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꽤 규모가 있다. 우리끼리는 '왓우몽 둘레길'이라고 불렀는데, 사원 안쪽에 자리한 호수 옆으로 난 길을 따라 크게 한 바퀴 돌면 생각지도 못한 평화로운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 왓우몽 둘레길을 가려면 최대 난코스는 비둘기 떼다. 나나 친구나 비둘기라면 질색하는 편, 호수 입구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비둘기 떼를 피해 도망가듯이 통과하곤 했다. 하루는 비둘기가 너무 많아서 결국 호수 입구를 통과하지 못하고 되돌아 가는데, 내일이면 치앙마이를 떠나야 했던 친구는 호수를 못 보고 떠난다며 서러워 울기까지 했다. ㅋㅋㅋ

 

치앙마이 왓우몽 사원 호수 가는 길에 자리잡은 비둘기 떼
왓우몽의 아름다운 호수를 산책하려면 공포의 비둘기떼를 통과해야 한다

 

치앙마이 왓우몽 사원 호수
왓 우몽 안쪽 깊숙히 위치한 호수

 

물멍 때리기 좋은 왓우몽 사원 안의 호수
왓우몽 호수에서 물멍 때리기

 

왓우몽 둘레길을 따라가면 만나는 풍경들 

'왓우몽 둘레길'을 걷다 보면 아 이곳 정글 맞구나 실감하게 된다. 길 자체는 잘 다듬어져 있지만 몇 미터인지 가늠하기도 힘든 높고 울창한 나무들과 풀 숲, 그리고 이끼들로 뒤덮인 군데군데 작은 호수들, 덤불들을 만날 수 있다. 승려들이 생활하는 공간과 그 흔적들도 볼 수 있고, 태국 특유의 알록달록 귀여운 생활 용품과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타마코스 도서관은 둘레길을 걷다 보면 특히 눈에 띄는 건물이다. 2층으로 된 타이스타일 건물인데, 1층에는 부처님의 경전을 보관하는 도서관이고, 2층은 박물관으로 사용된다. 박물관에는 부처님의 이미지와 도자기, 금, 은 붙이, 동굴 사원의 벽화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다.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매일 문을 연다. "영원한 것은 없다"처럼 명언들을 표지판에 적어 걸어둔 일명 말하는 나무들 'Talking Trees'를 따라가며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치앙마이 반캉왓 왓우몽 사원의 정글
왓우몽은 정글이었어

 

치앙마이 왓우몽 사원 둘레를 걷다 보면 만나는 법당
둘레길을 걷다 보면 만나는 곳

 

왓우몽 사원 안의 계단과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소와 송아지 피규어
둘레길을 걷다 보면 만나는 귀여운 소 피규어

 

 

치앙마이 반캉왓 근처 왓우몽 사원 타마코스 도서관 Thammakos Library
왓우몽에 위치한 타마코스 도서관 Thammakos Library

 

 

치앙마이 반캉왓 빌리지 근처 왓우몽 사원 나무에 걸린 명언들 , Talking trees
왓우몽은 일명 말하는 나무들 'Talking Trees'를 따라가며 걷는 재미도 잇다.

 

 

휴식이 필요할 때, 왓우몽의 야외 박물관 Open Air Museum 

터널 동굴 한켠을 지나치지 않고 부처님의 머리와 작은 불상들이 줄 지어있는 공간이 있는 야외박물관이 있다. 당시에는 야외 박물관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사람들이 불심을 위해 작은 소품들을 가져다 놓다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공간 아닐까라고 추정만 했었다. 다시 찾아보니 필리핀 파야오(payao) 지방의 장인들이 1407-1557년 사이 만든 조각과 불상들로 1968-1970년 사이 파야오의 사원에서 옮겨진 것들이라고 한다. 그늘진 정원 한 구석에 줄지어선 부처님의 두상과 작은 불상들의 생김새와 풍경을 바라보면 내 마음도 덩달아 고요해지곤 했다. 

 

치앙마이 반캉왓 왓우몽 사원 야외 박물관
왓우몽 야외 박물관

 

치앙마이 반캉왓 왓우몽 사원 야외 박물관
왓우몽 야외 박물관에 놓인 작은 불상들

 

 

템플스테이와 명상 사이, 왓우몽 명상센터 Wat Umong Meditation Center

왓우몽에는 명상센터도 있다. 물론 나는 명상과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시도해보진 않았지만. 아주 오래전에는 무료이고 기부를 받는 방식이었지만 언제부턴가 유료로 바뀌었다고. 홈페이지에 따르면 식사 포함 하루 220밧으로 금액이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추가로 침구류 비용 90밧을 내야 하고, 아래위로 하얀 셔츠와 바지가 필수다. 없다면 명상센터에서 구입(350밧)하거나 대여(200밧)할 수 있다. 등록하려면 미리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로 신청해야 한다. 여권 등 신분증을 가져가야 하고 수료증이 필요한 경우에도 명상 코스가 시작하기 전에 미리 말해야 한다. 핸드폰이나 전자기기는 당연히 사용 금지. 명상을 위해 다른 참과자들과 대화하는 것도 금지다. 하루 일과는 오전 5시에 시작해서 오후 9시 30분에 끝나는데 자유 명상, 명상 센터 청소, 식사, 강독 등으로 단순하게 짜여 있다. 트립 어드바이저 후기에 따르면 불만이 있던 참가자조차도 밥이 아주 맛있었다고 한다. ㅋㅋㅋ 

 

아래는 왓우몽 앞에서 머물렀던 숙소 후기니 참고해보자!

 

2023.03.11 - [여행] - 치앙마이 숙소 추천 Hidden Space

 

치앙마이 숙소 추천 Hidden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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