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이포 Sham Shui Po에 가자고 할 때마다 홍콩인 친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전형적인 홍콩 아일랜드 사람, 이 시국에 사람 많고 지저분한 거길 꼭 가야겠냐 묻고 또 묻는다. 코즈웨이베이의 번화함도 셩완의 세련된 여유도, 구룡의 가지각색 사람들도, 센트럴의 럭셔리도 좋아하지만 그중에 굳이 하나 꼽으라면 나는 단연 삼수이포다. 삼수이포에는 홍콩 최애 음식 창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창펀을 만드는 가게 홉익타이(Hop Yik Tai, 合益泰小食)가 있기 때문이다.
홍콩 최애 한 접시, 길거리 딤섬 창펀 맛보기
홍콩 음식 중 최애는 딤섬 길거리 버전인 창펀(肠粉, ChengFen)이다. 한국에서 가장 흡사한 음식을 찾으라면 떡볶이 정도? 쌀로 만든 라이스롤을 쪄서 참깨 소스, 간장 소스, 스위트 칠리소스 적셔 먹는 참 별 것 없는 음식인데, 그 별 것 없는 맛이 나는 참 좋다. 한국에서도 딤딤섬이나 팀호완 같은 딤섬집에 가면 딤섬으로 맛볼 수 있는데, 보통 고기를 잘게 갈아 넣거나 다양한 토핑을 넣은 일종의 요리 개념인 것 같다. 그렇게 먹어도 너무 맛있지만 나는 홍콩 길거리에서 단돈 몇 홍콩달러에(요즘은 10달러는 줘야 먹는 듯) 먹을 수 있는 기본 창펀을 좋아한다. 모든 한국인 입맛에 맞을 만한 음식은 아니지만 익숙한 맛의 소스가 흥건하게 배어 있는 쫄깃하지만 서겅한 라이스롤 질감은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하다.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미슐랭, 홉익타이 창펀 찾아가기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미슐랭 맛집 홉익타이 Hop Yik Tai는 유튜브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하노이로 떠나기 전 시간이 남아 치앙마이에 지낼 때였는데 비자 연장도 하고, 친구도 만날 요량으로 첫 홍콩행을 결정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홉익타이 아주머니(사장님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항상 가면 이분이 묵묵히 담아주신다)를 보았는데, 끊임없는 주문에도 표정 변화 하나 없이 현란한 손놀림으로 창펀을 담아내는 모습에 맛도 보기 전에 사랑에 빠졌다. 마침내 직관했을 때의 감동과 맛은 살면서 잊지 못할 순간 몇 가지 중 하나로 창펀 덕후는 마음 한편에 간직하고 있다. 뒤에 알았는데 미슐랭 빕 구르망에도 올랐다고, 아마 미슐랭 가이드 식당 중 가장 저렴한 곳 중 하나가 아닐까?
창펀에 빠진 뒤로 코즈웨이베이, 노스포인트, 셩완, 춘완, 구룡 기타 등등 홍콩의 온갖 동네 창펀은 다 먹어보았다. 익숙한 소스 덕에 사실 어디 가도 중간은 가는 음식이지만 홉익타이 만은 어나더 레벨이었다. 물론 홉익타이가 마법의 쌀가루를 쓰거나 천상의 소스를 쓰지는 않는다. 그리고 창펀이란 음식 자체가 그럴 만한 음식은 절대 아니다. 아마 분위기 덕일지도 모른다. 식당 안에도 자리가 있지만 협소하고, 접시에 받아 홉익타이가 위치한 골목에서 재빨리 먹고 그릇을 반납하는 시스템이다. 포장도 가능한데 홍콩 특유의 비닐봉다리 포장을 들고 삼수이포 외진 골목에서 뜨거운 창펀을 꼬지로 요리조리 찝어 먹던 재미도 있을 수 없다. 결론은 입에 안맞을 수도 있지만 찾아가 먹어볼만 하다는 것!!
삼수이포의 또 다른 맛집, 쿵우 두부 팩토리 가기
홉익타이 앞 쿵우 두부 팩토리(Kung Wo Beancurd Factory, 公和荳品廠)도 두부 푸딩으로 유명하다는데, 거기가 맞는진 모르겠지만 창펀을 먹고 나면 바로 앞 두부 가게에서 두유를 하나 사서 들이키곤 했다. 참 담백하고 시원한 마무리. 그러고 나서 카메라, 조명, 건전지, 골동품 가게, 길거리 만물상, 힙한 카페까지 없는 게 없는 삼수이포 길거리 마켓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면 그야말로 완벽한 하루를 완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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