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3달 출장. 홍콩 한달살기부터라면 가장 저렴한 옵션은 호텔 장기 숙박 롱스테이 패키지 long stay package였다. 홍콩섬은 어림없고 구룡 Kowloon에서 더 올라와 츈완 TSUEN WAN에서 셔틀로 10분 거리 팅카우 TINGKAU의 로열뷰 호텔 ROYAL VIEW HOTEL이라는 곳이었는데 코로롱 시기라 홍콩 전역에 텅 빈 호텔들이 많았고, 에이전트 통해 대폭 할인한 가격에 머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오션뷰 홍콩 호텔 살기가 10000 HKD라니
10,000 HKD이면 지금 기준으로 167만 원 정도. 팬데믹 때문에 많은 호텔이 장기 숙박 할인을 진행했다. 심지어 센트럴에서도 상상도 못 할 가격에 깔끔한 호텔들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중에서도 최고로 싼 호텔 가장 좋은 가성비를 찾아야 해서 로열뷰 호텔을 선택했다. (지금은 코로롱 특별 할인이 없어서 13,000 HKD 이상은 줘야 장기 숙박 Long Stay Package를 이용할 수 있는 것 같다.)
여전히 비싸지 않냐 할 수도 있지만 악명 높은 홍콩 월세를 생각하면 저렴하고 또 저렴한 가격이었다. 싱크대 딸린 오션뷰 트윈 베드룸에 2명이 숙박했고, 일주일에 두 번 시트와 화장지를 갈아주고 청소해 주는 데다, 인터넷, 전기세, 수도세 일절 없고, 무료 셔틀로 츈완 사무실까지 한 번에 갈 수 있으니 절을 할 정도였다. 내선 전화로 전날에 신청하면 50 HKD에 든든한 점심 도시락도 배달해 주었다. 팬데믹이라 수영장은 사용할 수 없었지만, 피트니스룸은 사용할 수 있었고, 정확한 층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위층에 코인 세탁실도 있어서 너무 편했다.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시 홍콩에 장기 체류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다시 로열뷰 호텔을 선택할 것 같다. 가장 맘에 든 부분은 바다. 호텔에서 이어진 계단을 따라가면 간단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소박하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해변을 만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머물던 객실 창문에서 바라본 모습인데, 저 멀리 도로를 따라 걸으면 아기자기한 해변들이 구석구석 숨어있다. 모처럼 쉬는 날이면 저 길을 따라 걸으면서 해변 탐험을 했고, 그렇게 40분 정도 걸으면 삼쟁 SHAM TSENG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삼쟁은 마을이라고 할 정도로 작은 지역인데, 홍콩의 유명한 제과 회사인 가든 GARDEN 공장이 있고, 홍콩을 떠올리게 하는 해변가의 고층 아파트도 있고, 센트럴에선 만나기 어려운 2-3층 짜리 낮은 집들도 있다. 홍콩 사람들 사이에선 오리 고기가 맛있는 지역으로 알려져서 로컬 오리 요리 식당들도 줄지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홍콩의 김밥천국 격인 페어우드 Fairwood와 왓슨스 스타벅스가 있어서 우리에겐 시내나 다름없었다. 그러고 보니 삼쟁도 우리의 오아시스였네.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만 관리가 잘된 객실
객실 가구 배치 및 크기는 아고다, 호텔스닷컴, 부킹닷컴에 게시된 사진과 거의 비슷하다. 다만 구석구석 세월의 흔적이 보이기 때문에 반짝반짝 새 호텔을 원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리모델링한 객실도 위층에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는 가장 저렴한 방을 예약했기 때문에 새 객실은 아니었다. 너무 기대가 없어서였을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고, 기대도 못한 오션뷰라 더욱 기뻤다.
찍어둔 사진은 없지만 입구 쪽엔 우리나라 오피스텔처럼 냉장고가 구비된 싱크대가 있어 간단한 조리 정도는 가능하다. 다만 전자레인지는 없고, 추가 금액을 내면 넣어줄 수 있다고 했지만 요청하지는 않았다. TV, 전화기 등은 구형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HDMI 케이블을 가져갔지만 아래 영상처럼 TV 케이스에 너무 잘 고정되어 있어서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해 사용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겐 정말 크게 다가올 단점들
여러 가지를 따졌을 때 나에겐 완벽에 가까웠지만 누군가에겐 치명적일 단점들도 있다. 첫째 소음, 층간 벽간 소음이 아니다. 아래 사진 왼쪽 대교 아래 보이는 건물이 바로 로열뷰 호텔이다. 그 말인즉슨 대교의 소음과 진동이 좀 느껴진다는 것. 난 예민한 편이 아니라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해서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사람에 따라 좀이 꽤가 될 수 있는 문제라 짚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 단점은 홍콩 중심에서 꽤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홍콩 지하철이 빠르고 편리하긴 하지만 춘완까지 와서 다시 셔틀을 타야 하는 루트는 여행자에게 매우 고될 수 있다. 일주일 이상 장기 여행이라면 공항에서 멀지 않은 편이니 하루 정도 머무르며 인근 해변을 탐험하고 근처 삼쟁에 가서 오리 고기를 먹어도 좋을 것 같다. 홍콩을 꽤 많이 다녔고, 볼만큼 보았지만 다른 구석을 찾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조급한 여행이 아니라면 하루 이틀 묵으며 멍 때리기 좋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홍콩 중심부터 달려오는 수많은 조거들과 함께 저 끝까지 달려도 좋을 것 같다. 호텔 근방에 달리는 사람이 무지무지 많다.
하지만 홍콩이 처음이라면, 일정이 짧다면 굳이 이곳에 머무를 이유는 없다. 사람들이 홍콩을 여행하는 가장 큰 이유가 해변과 여유는 아닐 테니까. 이번에는 내가 상상한 홍콩을 보고 다음에 혹은 다다음에 도전하면 더 행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단점은 홍콩의 대부분 호텔들처럼 창문을 열 수 없다. 장기 숙박객으로써 이건 정말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홍콩에 다시 길게 머문다면 나는 시내의 답답한 호텔보다 팅카우의 이 호텔을 선택할 것 같다. 일 때문에 홍콩을 많이 왔다 갔다 해서 웬만한 곳은 다녀 보았고, 홍콩 자체가 넓지 않아 한 번씩 시내에 나가더라도 큰 불편을 못 느꼈다. 결론은 굳이 찾아갈 곳은 아니지만 한 번쯤 가보아도 좋을 곳.
이런 사람이라면 추천
- 홍콩을 너무 사랑하지만 웬만한 곳은 다 가보았을 때
- 홍콩의 해변이 궁금할 때
- 월세 비싼 홍콩에서 1-3달 정도 애매한 장기 숙박이 필요할 때
- 그런데 서비스 아파트는 너무 비쌀 때
- 춘완 TSUEN WAN에 볼일이 많은 사람
주의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팬데믹 이전에는 단체 여행객들의 호텔로 사랑받았다고 한다. 단체 여행객들은 주로 전용 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이 그렇게 큰 선택 요소는 아니다. 그러니 단체 여행객들로 붐빌 수 있으니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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