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많이 돌아다녔다. 돈이 없으면 기다렸다 떠났고, 돈이 생기면 돈이 생겨서 떠났다. 열혈 여행자는 아니고 그냥 아무도 모르는 곳에 처박혀 있고 싶었다. 있는 돈 다 털어 시체놀이 하러 가는 터라 디즈니랜드 갈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이 기구를 두려워하는 타입이다. 변한 걸까. 이번엔 한 번쯤 가보고 싶어서 귀국 전 급하게 예약을 했다. 소감은 한 마디로 이래서 디즈니랜드, 디즈니랜드 하는구나. 돌아오기 전에 한번 더 가고 싶었는데, 다녀온 이틀 후인가, 팬데믹으로 홍콩 디즈니랜드는 내가 귀국할 때까지 다시 폐쇄되었다.
꿈과 환상의 나라도 피하지 못하는 팬데믹 진풍경
팬데믹도 언젠가는 그땐 그랬지 하는 추억이 될까? 아니면 그땐 그랬지 해야 할 즈음에 또 다른 팬데믹이 찾아올까? 나의 꿈과 환상의 나라 첫 입국은 팬데믹이라 진풍경이 펼쳐졌다. 내 보기엔 사람이 여전히 넘쳐놨지만, 친구는 평소엔 세배는 된다며 신기해했다. 마스크로 서로의 표정을 자세히 살필 순 없었지만 그 너머 행복감만은 그대로 전해졌다. 나도 그랬으니까. 이래서 디즈니랜드, 디즈니랜드 하는구나. 팬데믹이라 친히 팬들을 만나러 나오신 공주님에게 매달릴 수 없었다. 꼬마들은 매달려 인사도 하고 사진도 가까이서 찍고 싶었을 텐데. 기념사진도 1미터 정도 떨어져서 찍어야 하는 팬데믹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래도 우리 씩씩한 꼬마들 떼쓰지도 않고 공주님 만난 것만 해도 그렇게 기뻐하더라.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운 마음.
홍콩 디즈니랜드 기념품 샵 쇼핑 시 주의
친구는 첫 직장이 홍콩 디즈니였고, 어머니부터 시작된 모태 오타쿠로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때부터 시즌권을 끊고 디즈니를 들락 거렸다. 반면 나는 어릴 때부터 왠지 만화가 지겹다며 할머니방 텔레비전에 이불을 뒤집어 씌우고 어른 드라마나 보던 드라마걸로 애니메이션으로 유학을 가서야 그들의 세계에 발을 디딘 초짜. 같이 하는 프로젝트이긴 하지만 외국인인 나를 위해 숙소도 예약하고 미팅도 책임지는 친구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화장실 다녀오겠다고 하고는 친구가 만지작 거리던 인형을 잽싸게 계산하고 돌아왔다.
역시 강인한 홍콩걸은 1분 정도 행복과 고마움을 표시하고는 인형의 눈 코 입 위치며 바느질 털 상태 등을 매섭게 스캔하더니 아무래도 바꿔야겠다며 새로운 인형을 고르기 시작했다. 헉! 친구가 눈치채기 전에 계산하기 바빠서 살피지도 못했고 둔한 나로서는 살펴도 몰랐을 흠들이 듣고 보니 내 눈에도 보이기 시작한다. 친구의 설명을 들으며 들여다보니 같은 캐릭터인데도 뭔가 못 난 아이 잘난 아이가 있다!!! 미안하지만 바꿔야겠다며 친구는 새 인형을 집어 들더니 가련한 표정으로 계산대에 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친구가 고른 인형으로 교환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교환해 주는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봉제 불량 등 실제 하자가 있는 게 아니면 아무리 당일 구입한 상품이라도 생김새만으로는 교환이 불가하다고 한다. 친구도 디즈니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불쌍하고 공손한 표정으로 부탁했던 것. 허허허! 물론 디즈니 형님들이 그렇게 매정하겠냐마는 (매정할 수도) 원칙적으로 생김새 때문에 교환은 불가하니 계산하기 전에 여러 개의 생김새와 봉제 상태를 꼼꼼히 비교해서 선택해야겠다. 밑줄 쫙!
더피와 친구들, 젤라토니를 알게 된 날
이날은 디즈니의 또 다른 세계관에 입문한 날이기도 하다. 하급 오타쿠인 나는 자고로 디즈니라 하면 미녀와 공주, 엘사, 미키마우스, 도날드 덕 기타 등등 TV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디즈니, 그리고 디즈니랜드를 사랑하는 세계에서 그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 이날 친구가 만지작 거린 캐릭터의 이름은 젤라토니, 나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캐릭터였다. 자꾸 보면 정들긴 하더라만 나는 아직도 젤라토니의 매력 포인트를 확실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다. 여하튼 젤라토니는 아시아 한정 캐릭터인 더피와 친구들(Duffy and Friends)이라는 라인업에 속하는 캐릭터다. 여기서 주인공 격인 곰돌이 더피(Duffy the disney bear)는 2002년에 활동을 시작한 캐릭터, 미키의 곰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컨셉이라고 한다.(나무위키 참조) 그리고 젤라토니는 '친구들'에 속하는데 고양이이고 직업은 화가다. 이름은 달콤한 젤라또에서 유래했다고. 이밖에도 쉐리메이, 스텔라루, 쿠키앤, 올루멜, 리나벨, 티피블루 등이 있다. 친구의 인형을 고르기 전까지는 전혀 실감하지 못했지만 미키의 인기를 뛰어넘을 정도로 대 인기 세계관이라고 한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깊고 깊은 세계관의 세계, 헤어나지 못할까 봐 나는 그만 들어가기로 한다. 더 자세한 내용은 나무 위키 참고!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in 홍콩 디즈니랜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12월 23일이었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퍼레이드가 끝나고 가짜 눈이 흩날리는 디즈니랜드는 정말 꿈과 환상의 나라가 되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개장부터 지금까지 열정적으로 놀이기구를 타고 열정적으로 쇼핑한 우리들은 일종의 동지애를 느꼈던 것 같다. 콩닥콩닥한 이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사람들은 머물지도 떠나지도 못하고 한참을 서성였다. 친구도 나도.
홍콩 디즈니랜드 예약 방법
복잡한 거 1도 없음. 클룩, 마이리얼트립, 트립닷컴, 와그 WAUG, kkday, 트리플 등 웹사이트에서 예약하면 QR 코드로 바로 입장할 수 있다. 다만 옵션이 많으니 내 여행 타입에 따라 신중하게 선택한다. 가격이 이만 원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면 입장권이 포함되지 않는 프리미어 액세스(기다리지 않고 정해진 개수의 어트랙션을 우선 입장할 수 있는 추가 티켓)이니 이렇게 싸다니 하면서 덥석 예약하지 말고 형편에 따라 일정에 따라 내게 맞는 티켓을 신중히 선택한다. 친구와 나는 2일권 가격이 1일권에 비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많이 고민했었지만 둘 다 워낙 저질 체력이라 결국 1일권으로 구매했다. 하지만 체력이 좋고 홍콩 간 김에 다 타고 와야지라는 사람이라면 워낙 볼 것이 많고 둘러만 봐도 행복해지는 곳이라 2일권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듯. 디즈니랜드 근처의 호텔을 예약하고 이용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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