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이포에 위치한 메이호 하우스 Mei Ho House는 여행지 홍콩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홍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침사추이, 센트럴의 화려함과 떠들썩함, 몽콕의 정겨움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홍콩의 사람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차근차근 들려준다.
메이호 하우스 가는 길, 삼수이포 산책
삼수이포 역 창펀 맛집 홉익타이 Hop ik tai에서 간단히 배를 채우고 노천 시장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자. 드래곤 센터와 골든 컴퓨터 아케이드에 들러 사지도 않을 물건들도 구경하며 이리저리 걷다 보면 저 길 건너에 언덕을 등지고 앉은 메이호 하우스가 보인다. 섹깁메이 역 Shek Kip Mei Station도 가깝긴 하다. 섹깁메이 역에서 메이호 하우스를 먼저 보고 역으로 삼수이포 역 쪽으로 걸어내려가는 것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경쾌하게 걸으며 떠들썩한 삼수이포를 구경하고 시원한 건물 내에서 전시를 관람하며 커피 한 잔 하는 쪽이 내 리듬엔 맞았다. 또, 메이호 하우스 뒤로 난 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만나는 야경 포인트도 나쁘지 않아 전자를 더 추천한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일어난 비극, 섹깁메이 대화재
메이호 하우스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섹깁메이 주거단지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삼수이포의 섹깁메이 Shek Kip Mei 는 1950년대 초반까지 중국 공산화로 홍콩으로 이주한 본토 사람들과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주민들이 모여사는 무허가 정착촌이었다. 1953년 크리스마스이브 밤 원인 모를 대화재가 발생했고, 58,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었다.
섹깁메이 주거단지 Shek Kip Mei Estate는 대화재로 집을 잃은 난민들을 위해 지어진 공공 임대 주택이었다. 최대한 빨리 많은 인원을 수용해야 했기 때문에 철저히 실용적인 관점에서 지어졌고, 이런 특징은 이후 홍콩 공공 주택 개발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는다. 섹깁메이 주거단지는 총 29개 동으로 그중 7층 높이의 여덟 개 동은 유엔의 지원을 받아 지어졌다. 메이호 하우스도 그중 하나. 양 옆 2개의 주거 구역을 공동 주방과 화장실로 구성된 공용 구역이 두 구역을 잇는 형태로 알파벳 H 모양이 특이하다(아래 드로잉 참조). 이런 H형 구조의 홍콩 공공 주택 초기 모델을 '마크-원 Mark I'이라고 부른다. 나머지 7개 동은 단지 내 다른 건물들과 함께 재개발되어 21개 동의 대단지 아파트로 변신했고, 메이호 하우스만 남아 보존되고 있다.
홍콩 사람들의 집 이야기, 메이호 하우스 박물관
현재 메이호 하우스는 일부는 YHA 메이호 하우스 유스호스텔로 여행객들의 숙소로, 다른 일부는 홍콩 공공 임대 주택 개발의 자료로 보존되어 메이호 하우스의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 Heritage of Mei Ho House (HMHH) museum으로 운영 중이다. 그룹 가이드 투어를 제외하고 입장료 및 투어는 무료, 사람이 많지 않아 고요한 분위기에서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실제 메이호 하우스 실내를 개조한 전시장이기 때문에 천장이 높거나 인테리어가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편안하다.
메이호 하우스 운영 안내
운영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 추석, 크리스마스 이브, 구정 전날은 오후 4시 종료 / 매주 월요일, 구정 휴일 첫 3일은 휴무
입장료: 무료
퍼블릭 투어: 무료, 1시간 (영어, 만다린 투어는 번갈아가며 격주로 일요일 오전 11시(자세한 날짜는 매월 홈페이지 확인), 광동어는 매주 화요일, 일요일 및 공휴일 오후 3시), 10명-30명 그룹 가이드 투어 신청 시 그룹 당 1000 HKD(별도 문의)
워낙 많은 사람들을 수용해야 했기 때문에 총 29개 동으로 이루어진 당시 섹깁메이 주거단지의 면적은 한 가정 당 약 8.5평, 28제곱미터에 불과했다. 메이호 하우스 전시관은 앞서 설명한 섹깁메이 단지의 역사와 홍콩 공공주택의 역사를 설명하는 정보와 함께 당신 이곳에 거주하던 사람들의 생활 소품과 가구들을 전시 혹은 재현했다. 내가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도 1950년대와 1970년대 실제 가정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부분이었다. 당시 주민들의 고증을 바탕으로 재현된 공간으로 전시에 사용된 생활용품들도 역시 주민들로부터 기부받은 것이라고. 철제 2층 침대와 복층형 내부 등 홍콩 주택 하면 떠오르는 가구들과 우리나라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오래된 가전제품과 생활용품들이 뒤섞여 있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재미있고 또 묘한 기분이 든다. 실제 사이즈 재현뿐 아니라 귀여운 사이즈의 디오라마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 둘러보다 보면 시간이 어느새 훌쩍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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