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여행 중 로컬의 맛을 담은 곳을 찾는다면 셩완의 딤섬 맛집 린흥귀 Lin Heung Kui 蓮香居로 가자. 린흥귀도 완차이의 쉽키와 마찬가지로 미슐랭 가이드 2023 빕구르망 레스토랑 인 홍콩 앤 마카오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스타일은 완전 다르다. 쉽키가 단정한 맛과 분위기라면, 린흥귀는 거칠지만 흥겨운 음식과 사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딤섬 시장'이다. 물론 좋은 뜻에서!
기합이 필요해, 자리를 잡아라!
홍콩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하고 장기 체류한 적이 있는데도 딤섬을 굳이 찾아가 먹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딤섬에 큰 관심이 없었다. (물론, 길거리 딤섬 홉익타이의 창펀은 예외!) 이번엔 함께 여행한 친구가 딤섬을 좋아해 쫄래쫄래 따라다니면서 딤섬의 맛도 문화도 알고 좋아하게 되었다. 린흥귀의 맛은 두 가지다. 딤섬의 맛, 그리고 분위기의 맛, 그리고 둘 다 터프한데 즐겁다.
일단 도착하면서부터 혼이 쏙 빠진다. 1층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데 이미 꽉 차 올라가고 내리기 바쁘다. 2층이었던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이 내리는 곳에서 우르르 함께 내리면 된다. 이때 정신을 붙잡아야 하는 게 멍 때린다고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다른 인파들은 어느새 자리를 잡았는지 다 사라졌는데 이 넓은 홀에서 친구와 나만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외국인 특유의 안절부절못한 제스처를 취하며 어필해 봤지만 통하지 않았다. 영어는 통하지 않고 영어 메뉴도 없다. 테이블을 정리하시는 할아버지에게 계속 눈빛을 보낸 결과 겨우 앉을 수 있었다. 만약 피크타임이라면 고를 새가 없다. 비어 있으면 앉아라. 테이블이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앞에 가서 쉴드라도 쳐라. 물론 결국 앉을 수 있겠지만.
린흥귀 배식 전쟁, 카트를 향해 달려!
앉으면 티를 주문할 건지 물어보시는데, 웬만하면 주문한다. 아니 꼭 주문해야 한다. 위생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서 티를 받아 식기와 수저를 헹구고 또 헹궈야 하기 때문이다. 티를 주문하면 아래 사진 동그라미 속 하얀 종이, 일종의 주문서를 주시는데, 이 한 장의 종이가 린흥귀 주문의 포인트다. 아니 주문이라기 보다는 배식의 포인트라 할까? 카트에 있는 딤섬 말고 차슈나 볶음밥 등의 메뉴도 있는데, 이런 메뉴를 주문하면 따로 영수증을 출력해 주문서 뒤에 함께 붙여 주신다.
린흥귀의 주문 방식이 예전 홍콩 로컬 방식 그대로라고 한다. 핵심은 이렇다. 엘리베이터에서 아주머니가 카트 가득 딤섬을 싣고 내리시면 종이를 들고 가서 관심 있다는 눈빛이나 몸짓을 보내야 한다. 아주머니가 딤섬 뚜껑을 하나씩 열어봐 주시는데, 맘에 드는 딤섬이 있으면 아주머니에게 가져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종이를 건낸다. 그러면 아주머니가 알아서 도장을 찍고 딤섬을 내어주신다. 원래 손님이 아니라 카트가 돌아다니는 게 맞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해서 자리에서 기다리면 원하는 딤섬이 내 차례까지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보통 카트가 나오면 무조건 그쪽으로 달리자.
하가우, 고우초이가우, 함쏘이꿕 등 일반적으로 많이 먹는 딤섬도 좋지만 나는 생전 첨 보는 종류도 먹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뭔가 다른 곳보다 딤섬 알이 큰 느낌이라(로컬이라 그런가??), 금세 배가 불러서 많이 먹지는 못했다. 영어 메뉴도 없고 말도 안 통하기 때문에 사실 내가 뭘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린흥귀 계산법, 종이 들고 직진
식사를 마치면 그냥 종이를 들고 입구 쪽 계산대로 가면 된다. 직원에게 종이를 주면 찍힌 도장을 보고 알아서 계산해 주는데 둘이서 재스민 차에 여섯 접시 정도 먹었는데 260 홍콩 달러 정도였다.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신용카드, 현금, 옥토퍼스 카드 다 사용 가능하다. 나는 애플페이로 옥토퍼스 카드를 충전해 휴대폰을 태그 하여 결제했다.
유학을 가거나, 출장을 가거나, 장기체류를 가거나 항상 외국에 가면 여행이 아니라 생활이었고, 아니면 현지 친구가 있어서 항상 낯설지 않게 입고 먹고 잘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토종 한국 친구와 둘이 머리를 맞대고 부딪혀가며 한 여행이라 더 특별했다. 노트북 없이 떠난 첫 여행이었다. 어리바리 정신없이 얌차한 린흥귀에서의 한 시간 동안 나는 진짜 여행을 했다. 하지만 테이블과 카트를 오가며 딤섬 구경, 사람 구경하며 생각했다. '아 이게 여행이구나'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전쟁을 마친 느낌. 하지만 기분 좋은 피로였다.
린흥귀 찾아가는 법
린흥귀는 홍콩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셩완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MTR 셩완 역에서 도보 7분 정도, 트램을 타면 Queen Street 하차하면 바로 앞이라 더 편하다. 사실 홍콩섬에서는 트램이 교통비도 저렴하고 내리고 타기를 반복하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이 정도면 매우 교통이 좋다. 또, 비싸기로 유명한 홍콩 호텔 중 위치에 비해 가성비가 좋다고 소문난 이비스 홍콩 센트럴 앤 셩완 호텔을 이정표로 삼아 찾아가면 바로 길 건너 블록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찾기도 쉽다.
린흥귀 필수팁, 티슈를 챙겨가시오
위생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린흥귀가 큰 모험일 수 있다. 바빠서인지 로컬은 원래 그런 건지 테이블을 치울 때 깨끗하게 훔쳐 주시진 않는다. 행주도 그렇고. 무던한 편인 나에게도 조금 버거웠는데, 그래도 무던한 건 사실이라 다음엔 꼭 물티슈랑 티슈 챙겨 와야지 하고는 계속 먹었다. 그래도 다음을 기약했다는 게 포인트. 사실 검색을 통해 알고 간 사실이었는데도 한국 식당에 너무 익숙해진 건지 좀 낯설긴 했다. 초 청결하다면 가지 말고, 좀 청결하면 꼭 물티슈를 챙기고, 무던하다 싶으면 티슈를 가져가거나 거기서 하나 사면 된다.(하지만 사자니 말이 안 통할 수 있음)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할 텐데 그냥 휴지 들고 가보면 안다.
마농의 홍콩 맛집 이야기
홍콩 여행: 완차이 딤섬 맛집, 쉽키( Ship Kee 船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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