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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마음으로 걷는 길 : 산티아고 데 카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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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종교를 막론하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나’를 찾아 걷는 도보여행길이다. 배낭 하나에 모든 짐을 꾸리고 기나긴 길을 걷다 보면 온전히 진짜 나를 마주하게 되는 세상에서 가장 긴 산책이다. 마음으로 걷는 길, 고단하지만 평화로운 소중한 인생의 순례길을 마음으로 걸어보자.

 

카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길 도보 여행
카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길 중 만난 그림같은 풍경을 만나게 된다

 

 왜 걷느냐고 묻거든

스페인어로 ‘산티아고 가는 길’이라는 뜻의 ‘카미노 Camino’는 순례자들을 위한 길이었다. 예수의 가르침에 따라 사도 야고보는 땅끝 마을 산티아고로 복음을 전하고 팔레스타인에서 순교했는데, 후일 제자들이 그 유해를 옮겨놓았다고 전해진다. 이후 유럽 전역의 순례객들이 산티아고를 찾아 걸었고, 그렇게 다져진 길이 카미노다. 과거의 순례자들은 스페인 북부에서 시작해 야고보의 유해가 묻힌 성지까지 구원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이 길을 따라 걸었다. 하지만 이제 ‘카미노’는 종교를 막론하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나’를 찾아 걷는 도보여행길로 사랑받고 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드디어 도착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보내는 밤

 

나를 찾는 사색의 길을 따라서, 프랑스 길

‘카미노’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지만 순례객 대부분 프랑스의 생장피에드포를 출발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약 800km의 구간을 40일에 걸쳐 걷는 ‘프랑스 길(까미노 프랑세즈 Camino Francés)’을 택한다. 길게는 40일에 이르는 일정을 오로지 배낭과 도보에만 의지해 장시간 걸어야 하는 하드코어 여행인 만큼 무리는 절대 금물이다. 준비물은 최대한 간단하게 꾸리고, 하루 25km 정도씩 혹은 컨디션에 맞추어 적당히 일정을 조절해가며 순례자들의 숙소인 알베르게와 알베르게 사이의 거리를 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순례길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종교적 이유보다는 자아 찾기, 혹은 사색을 위해 이곳을 찾기 때문에 주로 1-2인 단위의 여행자들이 대부분이다. 때로는 함께 걷고, 또 때로는 완벽히 혼자가 되어 걸으며 나만의 사색과 만나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반면 이른 새벽부터 노을이 지는 저녁 어스름까지 걷다 찾아 들어간 작은 숙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동료가 되고, 친구가 되고, 또 가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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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순례길을 걷다 만난 뿔뽀, 홍합, 그리고 로컬 음식들

 

당신의 앞길에 좋은 일만 생기길, 부엔 카미노

산티아고의 길에서 마주치는 순례자들은 좋은 도보여행이 되라는 의미에서 “부엔 카미노(Buen camino, 당신의 앞길에 좋은 일만!)”라는 말을 서로 건넨다. 노란 화살표나 카미노의 상징인 가리비 조개 모양을 따라가는 중에 만나고 헤어지는 동료 여행자들은 모두 전 세계 곳곳에서 오직 이 길을 걷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다. 그래서 카미노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길이다. 하지만 위험요소는 따로 있다. 거부하기 힘든 유혹, 바로 포도주다. 순례길에 위치한 라 리오하 La Rioja와 나바라 Navarra는 양질의 포도주를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곳이라 포도주 인심도 후하다. 카미노 중 만나게 되는 이라체의 수도원은 길가에 붉은 포도주가 물처럼 흐르는 수도꼭지를 마련해 둘 정도다. 밥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서면 “Agua o vino(물 ? 포도주?)?”라고 묻는다. 물과 포도주가 같은 가격으로 제공되니 자연히 포도주를 선택하게 된다. 스페인의 태양에 그을린 얼굴이 알코올 기운에 다시 붉어지니, 거울 따위는 아예 들여다보지도 말자. 

 

2023.03.13 - [여행] - 다시 카미노 camino를 떠난다면, 준비물 편

 

다시 카미노 camino를 떠난다면, 준비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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