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난다마리 아파트먼트에서 5개월을 지냈다. 한국 집 계약이 만료되고 거취가 애매해져서 언제 가도 행복한 치앙마이에 가기로 했다. 한층 가난해졌고, 혼자라 교통비 부담도 커져서 늘 가던 히든 스페이스는 무리였다. 인근에 편의 시설, 요가원이 있는 곳을 찾았고, 이리저리 검색하다 보니 난다마리가 딱이었다.
푸릇푸릇 난다마리에서 다섯 달
팜스프링, 니바스, 드비앙, 아스트라, 디콘도 시리즈 등 치앙마이에는 수영장, 클럽하우스 등을 갖춘 좋은 가성비 콘도가 많다. 난다마리는 수영장도 없고, 럭셔리한 콘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가격 + 공간 사이즈였다. 현재 환율로 따지면 27만 원 정도(7000밧)의 가장 작은 방에 머물렀는데, 집순이에 집에서 일도 해야 했기 때문에 너무 답답한 공간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애매하게 방과 거실로 나뉜 다른 콘도들에 비해 탁 트인 넓은 공간이 맘에 들었다.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로컬 아파트는 알 수 없는 허름함과 촌스러움이 있었는데 난다마리는 달랐다. 두 동의 소형 아파트였지만 관리인 분들이 항상 쓸고 닦고 따뜻한 미소로 맞아 주셨다. 중정의 늙은 나무와 풀냄새, 새소리로 치앙마이 특유의 푸릇푸릇 바이브를 잃지 않았다. 바깥 동은 치앙마이 대학교에 다니는 여대생들이(일종의 사설 기숙사였던 것 같기도 하다), 안쪽 동은 외국 손님이 머물렀다. 안쪽 동은 방향에 따라 뷰 차이가 있었지만, 왼쪽 룸들은 건너편 푸른 공터를 바라봐서 평화로워 좋았고, 내가 머물던 오른쪽 룸들은 푸릇푸릇한 중정 풍경을 감상하기 좋았다.
가난한 디지털 노머니의 랑머 스위트홈
난다마리의 또 다른 장점은 인프라였다. 대학가답게 편의점, 문구점, 화장품 가게, 카페, 케이크숍, 식당, 없는 것 없는 랑머 야시장, 헬스클럽, 크로스핏 체육관, 무에타이, 치앙마이 대학교에 붙어 있는 로열 프로젝트 샵까지 교통편이 없어도 도보로 모두 이용할 수 있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난다마리에서 나오면 바로 옆 건물 1층에 깔끔하고 맛있는 김치볶음밥, 떡볶이와 김밥을 파는 한국 카페도 있어 완벽했다.
치앙마이에선 귀하디 귀한 산책과 조깅이 필요할 땐 치앙마이 대학교로 달려가면 그만이었다. 치앙마이 대학교 학생들이 누려야 할 저렴한 인프라를 얻어 누리는 것 같아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이 손 닿는 곳에 있었다. 참! 여전한지 모르지만 치앙마이는 학교 근처에 술집도 없고 술을 팔지도 않는다. 그래서 세븐일레븐에서조차 술을 살 수 없었다. 난 술을 먹지 않아 플러스 요소였지만 아니라면 치앙마이 대학교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서 숙소를 찾는 것이 좋을 듯!!!
치앙마이 디스크 해결사 Annie Bliss Yoga
최고는 난다마리 1층 애니의 요가원이었다. 지금은 역시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님만해민 PT 레지던스 1층으로 위치를 옮겼다. 그리고 애니는 와일드로즈 등 다른 요가원에서도 수업을 한다. 애니의 Annie Bliss Yoga는 내 인생 요가원이라 다음에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이다. 활기차고 카리스마 있는 애니와 크루 군단, 따뜻한 로컬 요기니들, 몸과 마음에 힐링이 필요한 외국인 요기니들이 한데 모여 땀 흘리며 수련하는 곳이다. 그때 애니는 치앙마이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 논문을 쓰고 있었는데 지금은 박사님이 되었겠다.
애니의 수업은 로컬과 외국인이 섞여 있지만 유창한 영어로 진행되고, 영어를 못해도 비슷한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몇 번 나가다 보면 해석하기 전에 몸이 반응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나는 3000밧(현재 시점 11만 원 정도)에 매일 몇 번이고 나갈 수 있는 무제한 unlimited pass를 등록했다. 요즘은 무제한 패스 대신 3000밧에 10회로 바뀌었지만 절대 아깝지 않은 금액이다. 애니는 나의 첫 요가 선생님이었다. 허리가 아파서 스트레칭이나 하자라는 심정으로 등록했었는데, 5달 동안 거의 매일처럼 나갔더니 세수할 때 허리도 못 펴던 내가 허리 접어서 거뜬히 발바닥 잡는 고무인간이 되어 있었다. 물론 한국에 돌아와서 요가를 다시 하지 않아서 현재는 다시 인간 통나무가 되어 한여름에도 전기장판에 허리를 지져야 하는 신세로 돌아왔다.
Annie Bliss Yoga 구글 맵
바이바이, 난다마리
나는 그렇게 알차고 행복한 5개월을 보내고 하노이로 가야 했다. 얼마나 알찼던지 하노이 3개월을 버티고 바로 난다마리로 돌아오려고 했었고, 그래서 건너편 방에 사는 친구에게 짐도 맡기고 갔었다. 하지만 한국에 일이 생겨서 다시 돌아와야 했고 곧이어 코로나가 터졌다. 치앙마이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던 건넌방 친구에 의하면 코로나가 터지면서 난다마리는 외국인들을 다 이사시켰다고 전해 들었다. 그렇게 나의 스위트홈 난다마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얼마 전 네이버에서 치앙마이 숙소를 검색하던 중 낯익은 구조가 눈에 들어와 문의했더니 다시 외국인도 숙박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에도 학생들이 살던 건물은 Baan Ton Tongkwao란 이름으로 운영되었는데, 같은 이름으로 모두 운영하는 듯하다. 블로거 분도 아래 사이트에서 예약하고 지내셨다고 한다. 작성한 내용은 코로나 이전 기준이니 자세한 내용은 아래 홈페이지에서 문의하고 예약 하자! 홈페이지에 보이는 스태프들이 난다마리의 스태프들이었으니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듯!
Baan Ton Tongkwao
어떤 사람이 묵으면 좋을까
- 님만해민은 비싸고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또 편리는 했으면 좋겠다
- 저렴하면서 치앙마이 감성도 놓치고 싶지 않아!
- 치앙마이 대학에 볼일이 많다(어학원, 조깅 등)
- 나름 사통팔달!
- 보증금을 꼭 돌려받고 싶다.
난다마리 간단 요약
예약하면 보증금 해외송금 해야 함(당시에는 월세 2달치, 깔끔하게 잘 돌려줌), 퇴실 청소비 있음. 동네 고양이 군단 상주, 에어컨, 커다란 붙박이장 트윈베드 2개, 와이파이 무료, 초소형 헬스장, 코인세탁기(층별로 구비, 인근에 세탁실도 있음). 요청하면 유료로 청소 가능, 전기, 수도세 별도, 경비원 있음, 컵, 전기 주전자 구비, 요리 친화적이진 않지만 냉장고, 전자레인지 객실에 구비(당시 기준)!!
마농의 치앙마이 숙소 후기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텔스닷컴, 아고다 결제 금액이 청구 금액과 다를 때 (0) | 2023.03.14 |
---|---|
다시 카미노 camino를 떠난다면, 준비물 편 (0) | 2023.03.13 |
치앙마이 숙소 추천 Hidden Space (1) | 2023.03.11 |
호텔스닷컴 리워드가 사라진다면, 원키 (0) | 2023.03.08 |
마음으로 걷는 길 : 산티아고 데 카미노 (0) | 2023.02.01 |